벌써 올해의 마지막 달이다. 수년째 한해의 마지막을 장식해 온 트렌드코리아 시리즈를 읽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뭔가 책을 써내려가는 방식이랄까 예년과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명확하게 개념을 머리에 넣으려는 것보다 변화하는 느낌을 서술하는 느낌적인 느낌? 그래서인지 서스럼없이 읽혀나가는 반면에 딱딱 명확하게 와닿는 느낌이 적었다랄까...

트렌드코리아를 읽으면 내가 현재 겪고 있는 예시가 많이 나오고 이를 개념화 해주는 단어를 많이 소개해 줘서 매우 유익하다. 트렌드코리아에서 읽은 내용이 어김없이 내년에 어디선가 들린다. 그리고 나는 그 개념을 익히 알고 있다는 뿌듯함 혹은 트렌디함을 느끼게한다.(잘난 척과 같은 기분은 아니고 신개념에 뒤쳐지지 않고 있다는 안도감이 더 크다.)
트렌드코리아는 올해를 뒤돌아 보고 내년의 트렌드를 소개하는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 2024년 대한민국
2024년도의 한국은 역시 불황에서 오는 효율성 극대화 추구,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고 가득차 있었다. 기술의 발전으로 효율화도 그 기술력을 활용하고 있고, 정체된 모습을 극복하기 위한 자극 혹은 이완을 추구하고 있다.
필요한 소비를 하기 위한 효율적인 방법으로 디토소비나 전문화된 플랫폼을 활용하고,
지방은 소멸을 막기 위해 특색있는 콘텐츠 발굴에 열과 성을 다한다.
가족의 모습도 변하고 있다. 가족을 더 중시하는 풍조가 강해지고 가사는 더욱 남녀가 잘 분담한다.
10년? 20년? 전에 인터넷 자료에서 일본의 소비트렌드를 본 적이 있었다. 그때 이미 일본을 불황을 터널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었는데 그때의 소비트렌드가 요즘 우리나라의 소비트렌드와 비교되기도 한다. 값싼 물건을 찾고 스몰럭셔리를 추구하고 사람들은 뭔가 무기력해지는 것 같고... 우리나라는 좀 더 활력을 되찾고 잘 떨쳐나갔으면 한다. Dynamic Korea가 그립다.
■ 2025년 트렌드
1. 옴니보어
예전에 비해 나이에 대한 개념이 많이 사라진 듯하다. 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연장자의 지혜가 쓸모없어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오히려 나이 어린 사람들의 지식을 배우려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옴니보어는 폭넓은 문화 취향을 가진사람으로 나이나 지역에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소비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그 문화에 대한 타깃 선입견이나 segment를 성급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 대신에 CoG로 일컬어지는 핵심 타깃을 발견하고 선점해야 한다. 그 시장을 바꾸고 이끌어 나갈 수 있는 핵심은 누구일까.
2. 아보하: 아주 보통의 하루
치열한 경쟁과 불황으로 인한 무기력은 사람들에게 일상의 중요성을 알려주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특별한 무엇을 추구하기보다 평범한 하루, 아무일 없이 평온하게 지나가는 하루를 희망하게 되었다. 이 "아보하"는 예정의 "소확행"과 비교가 되는데 아보하는 좀 더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소확행은 타인에게 보여주는데 좀 더 집중되는 것 같다. 타인에게 인정을 받기 보다는 자신으로부터 긍정을 이끌어내기를 원한다. 그래서 같은 상황이라 하더라도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하여 평범한 현실을 망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ex. 원영적 사고).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도 분명 중요하다. 그런데 뭔가 부족하다. 나는 성격은 굉장히 나서기 좋아하지 않고(두려워하고), 타인에게나 나에게나 해를 주는 것을 싫어하는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움을 늘 갈망하고 있다. 그냥저냥 지나가는 하루는 나에게는 그냥 낭비되는 하루이다. 되돌아 봤을 때 그날 나는 무엇을 했어야 하는, 하루하루를 일상과 다른 무엇을 위해 성실히 살아가는 인생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 힘든 현실에 안주하고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안온한 일상이 아니라 빠른 회복력과 긍정 마인드, 노력이어야 할 것이고, 사회는 이러한 사람들이 빛을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3. 토핑경제
같은 것을 소비하는 집단은 사라지고 있다. 비용을 지불하고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무엇을 원한다. 우울한 사회 분위기 속 자신을 더욱 빛나게 하기 위함일까. 예전의 꾸안꾸에서 완전한 반대 개념인 꾸꾸꾸를 추구하고 있다. 기업들은 개개인을 위한 제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큰 카테고리에서 개인적인 느낌을 가미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제품이 많이 출시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같은 신발 종류이지만 색, 신발끈, 재질 등을 개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제품을 꾸밀 수 있는 작은 악세세리도 많이 소비되고 그 악세사리 덕분에 제품이 더 인기가 많아지기도 한다. 작은 수요라도 고객의 니즈를 놓쳐서는 안되고 한 제품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을 구상해야 할 것이다.
4. 페이스테크
고객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제품, 기술이 소비된다. 단순히 기능만 좋아서는 고객에게 자신을 어필할 수 없다. 예전에는 로봇이 사람과 너무 닮으면 오히려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는 언캐니밸리(불쾌한 골짜기) 구간이 있었지만 지금은 조금 상황이 달라진 것 같다. 어설픈 닮음은 불쾌감을 주지만 완벽한 닮음은 친근함을 준다. 다양한 캐릭터, 이모지, 굿즈 등을 통해 소비자와 친근한 관계를 맺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이와 비슷하게 세상은 점점 외모 지상주의로 가고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부를 쌓는 것과 관련해서는 개인의 능력은 외모로 어느정도 커버가 되는 것 같다. 현실에서는 외모만으로 판단하는 것을 꺼려하고 있지만 멋있고 아름다은 것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은 익명이 보장되는 공간에서 수치로 나타나는 것 같다. 사람들과의 유대와 집중이 부를 쌓는 중요한 요소인 만큼 외모는 중요한 무기가 될 수 밖에 없다.
5. 무해력
아보하와 많은 관련이 되는 개념인 듯하다. 힘든 현실을 벗어나고 평온한 하루를 위해서는 나에게 위해를 가하는 요소를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주위에 무해한 것들로 채우기 시작한다. 작고 앙증맞은 것, 귀여운 것, 순수하고 서툰 것 등의 요소를 갖춘 것을 소비하고 자신이 그렇게 되도록 추구하기도 한다.
이는 비단 최근의 일이 아닐 뿐더러 인간의 본능일 것이다. 최근 열풍이 불고 있는 K-콘텐츠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대한민국은 무해한 나라라고 세계는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반도국가에 역사적으로 타국을 침략한 적이 없고(자의로), 외세의 침략을 수백 차례 받아왔으며, 일본의 식민지까지 되었던 약하디 약한 대한민국이다. 하지만 세계 최빈국에서 거대 경제국으로 발전하게 되면서 우리나라의 제품과 문화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고, 세계 사람들은 우리나라 제품과 문화를 받아들이는데 거리낌을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더 쉽게 스며들 수 있고 사람들을 열광에 빠지게 만들 수 있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의 것은 무해하기 때문이다. 세계 사람들은 우리가 자신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우리의 진정성과 순수한 의도를 안다. 그리고 이것은 다른 국가들과 차별화 되는 점이다. 미국은 세계 패권국이다. 그리고 다른 세계 열강들은 과거 식민지를 가진 나라들이며 그 식민지 사람들을 핍박한 역사가 있다. 중국은 패권국이 되고자 한다. 이는 세계 사람들이 그 국가들의 문화를 꺼리게 되는 이유가 될 것이다. 무작정 받아들이게 된다면 자국이 먹히게 될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6. 그라데이션K
K-문화가 세계적으로 열풍이고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한국적이란 것의 기준은 무엇일까. 한국은 세계화가 되면서 예전의 단일민족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고, 문화 컨텐츠에도 외국인이 주축이 되기도 한다. 이것은 한국문화가 아닌 것일까. 현지에 맞게 우리 제품을 수정했다면 이는 한국적인 것이 아닌 것일까. 계속 생각해 봐야할 문제다. 세계화의 중심에 선 대한민국은 우리의 것이 무엇일지를 다시 정의해야 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7. 물성매력
콘텐츠를 통해 알리고 있지만 더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보고 듣기만 했던 콘텐츠를 현실화를 시킨다. 콘텐츠에 나온 상황을 직접 만들어서 소비자가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기업들은 자신의 제품을 만들어진 집을 만들어서 일상생활을 정의해 주기도 한다. 과거의 유행을 쫓는 레트로는 단순히 티비나 영화를 통해서가 아닌 실제 제품을 소비하도록 한다. LP, 유선이어폰 등 과거의 제품이 다시 유행하는 이유다.
8. 기후 감수성
기후의 변화가 이제 몸으로 느낄 정도이다. 실제로 찾아보지 않더라도 뭐가 바뀌고 있는지 체감될 정도이다. 대구 생활권인 나는 일단 사과 생산지가 바뀌었다는게 느껴진다. 어릴 적 사과의 주산지는 대구였는데, 지금은 경북북부지역에서 많이 나고 있으며 강원도까지 산지가 북쪽으로 올라가 있는 실정이다. 여름에 비는 장마가 없어졌다. 자잔한 비가 며칠 동안 쏟아지고 맑았다가 다시 비가 오는 기간은 사라지고 갑자기 특정지역에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그리고 봄, 가을은 1달이 채 되지 않는다. 특히 24년 여름은 10월 말까지 이어졌고, 단풍이 들 새도 없이 바로 추운 겨울이 어느덧 와 있다.
이제 우리는 적응해야 할 때가 왔다. 기업의 제품도 새로운 기후에 맞도록 만들어야 하고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취약층을 돌아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변화를 예측하고 그에 따른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지구온난화를 막자고 했지만 인류는 실패했다. 이제 적응해야 한다.
9. 공진화 전략
무한 경쟁시대이다. 그리고 승자독식 시대이다. 과거 자신만의 기술을 갖고 소비자에게 다가갔었던 기업은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기업과 사람은 각기 가지고 있는 장점이 다르다. 혼자서는 타인이 갖고 있는 장점 없이 반쪽 성공을 하거나 성공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다른 기업이나 사람들과 협업한다면 성공을 나누겠지만 더 빨리 더 완벽히 할 수 있다. 그리고 파트너를 빨리 찾지 못한다면, 내가 먼저 도태될 것이다. 내가 추구하는 것을 다른 협업을 하는 사람들이 먼저 달성할 것이고, 그들이 다 가지게 될 것이다. 나와 타인의 강점을 파악하고 어떻게 협업할지 구상해야 한다. 그러면 함께 성장이 가능하다. 다른 사람보다 나은 내가 아닌 어제의 나보다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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